독서
쇼펜하우어, '논쟁술', 변학수 역, 경북대학교출판부, 2015
Arxiv
2024. 1. 22.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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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늘 읽어보고 싶었던 책인데 최근 서점을 가보니 쇼펜하우어가 유행인가 보더라. 일견 놀랐다. 특정 철학자의 책이 사람들에게 많이 읽히는 걸 본 기억이 딱히 없어서. 대충 들어보니 염세적인 면을 부각한 책들이 사람들을 위로하고 있는 건가 싶다.
개인적으론 이 부분만 읽으면 다 읽은거 아닌가 싶은 부분을 발췌해 적는다.
그러므로 유일하고 확실한 대응전술은 이미 아리스토텔레스가 “변증론”의 마지막 장에서 제시하였다. 아무나하고 논쟁을 벌이지 말고, 아는 사람과 논쟁을 하라. 결코 불합리한 것을 내세우지 않고, 만약 그렇게 했을 때 스스로 부끄러워할 만큼의 오성을 지닌 사람과만 논쟁을 하라. 그리고 명령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근거를 대고 말하는 사람과 논쟁을 하고, 근거에 귀를 기울이고 근거를 살피는 사람과 논쟁을 하라. 종국적으로 진리를 존중하고 비록 논쟁의 상대에게서 나온 것일지라도 정당하다면 기꺼이 귀를 기울일 줄 아는 사람, 또 진실이 상대에게 있으면 자기가 졌음을 시인할 줄 아는 사람과 논쟁을 하라. 결국 우리는 이렇게 논쟁할 만한 사람이 수백 명 중에서 한 사람 있을까 말까 하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다. 이런 무리에 들지 않는 다른 사람들은 무슨 말을 하든지 내버려 두는 것이 좋다. 무식하게 행동하는 것도 인간의 권리기 때문이다. 볼테르가 한 말을 되짚어 볼 만하다. “평화가 진리보다 훨씬 더 소중하다.” 또 아랍의 격언 중에 다음과 같은 말이 있다. “침묵의 나무에는 평화의 열매가 열린다.”
이하는 책에 적힌 모든 전술이다.
전술 1 확대해석하라
- 상대의 주장을 경계를 넘어 최대한 확장하고 보편화하고 과장하라
전술 2 동음이의어를 사용하라
- 동음이의어를 사용해 상대의 주장을 왜곡하고 왜곡한 주장을 공격하라
전술 3 상대의 주장을 절대화하라
- 전술 1 / 2와 유사
전술 4 상대가 결론을 예측하지 못하도록 참인 전제를 제시하지 말라
- 결론을 위해 필요한 근거를 논리적 순서를 따르는 것이 아니라 중구난방으로 제시해서 상대가 주장을 예측해 반박하지 못하도록 한다
전술 5 은폐된 순환논증을 사용하라
- 이음동의어나 개별적 명제의 절대화 등을 통해 입증하고자 하는 것을 곧바로 전제삼아버린다.
전술 6 질문을 통해 더 많은 시인을 받아 내라
- 소크라테스의 산파법, 문답법과 유사한 전략이다.
- '실제로 인정하려고 했던 것을 감추기 위해서는 한꺼번에 많이, 그리고 포괄적으로 질문을 해야 한다. 그 대신 상대가 시인한 말은 재빨리 공표해야 한다. 왜냐하면 이해가 느린 사람은 논증 과정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정확히 짚어 낼 수 없을뿐더러 어떤 실수나 허점을 간과하기 때문이다.'
전술 7 질문을 해서 상대를 화나게 만들라
- 화난 상대는 바른 판단을 할 수 없다.
- 노골적인 악담, 트집잡기, 뻔뻔스럽게 대하기 등으로 상대를 화나게 만들 수 있다
전술 8 상대에게 에둘러 질문을 하라
- 나의 생각과 내가 내고 싶은 결론을 숨기는 전략
- 질문을 논리적으로 하지말고 중구난방으로 함으로써 상대방을 혼란스럽게 하라
상대는 논리적으로 대비하기 어려울 것이다 - 중구난방식의 질문에 대한 답을 이용해 다양한 결론을 이끌어낼 수 있다
전술 9 생각에 반하는 시인을 하라
- 상대가 긍정할만한 질문도 섞어 상대가 무조건적 거부를 할 수 없게 만들고 어느 것에 동의해야 할 지 모르게 하라
전술 10 시인한 것에서 서둘러 결론을 내라
- 개별 사건에 대한 시인을 한 순간 보편적인 결론을 내라
이를 통해 상대와 청중들을 속인다. 특히 청중들은 논리적 결론이 아니라 개별 사건에 대한 질문들을 기억하기 마련이다.
전술 11 유리한 비유를 선택하라
- 본질적으로 비슷한 의미를 담고 있지만 도덕적 평가가 함의되어 있는 비유를 선택해 명명하라
- ex) 프로테스탄트란 이름은 본인들 스스로 붙인 이름이다.
복음주의자도 그렇다. 구교도는 이들을 이단자라 칭한다.
전술 12 양자택일의 질문을 하라
- 양자택일의 질문을 통해 상대가 어떤 입장을 취하도록 유도하라
- '이것은 마치 회색을 검은색 옆에다 두면 희게 보이고 흰색 옆에다 두면 검게 보이는 것과 마찬가지다.'
전술 13 의기양양한 태도를 취하라
- '아주 뻔뻔하고 목소리가 크면 이 기술은 더욱더 잘 통할 것이다.'
전술 14 위장공격을 하라
- 어떤 불합리한 주장을 하고나면 그를 수습하기란 쉽지 않다. 이럴 때는 올바르지만 쉽게 확인할 수 없는 주장을 해서 상대의 응답을 기다린다. 상대가 그 주장을 반박하면 상대가 불합리함을 지적하고, 상대가 수긍하면 분위기가 반전될 수 있다. 또는 전술 13의 태도를 취하라.
- '이런 전술을 사용하려면 극도로 뻔뻔스러워야 한다.
전술 15 사람에 호소하라
- '이것은 대인 논증 혹은 상대가 시인한 내용에 관한 논증이다.'
- 상대가 이전에 시인한 사실, 상대가 칭송하는 학파나 종파의 원리, 혹은 그 반대의 학파나 종파의 원리를 이용해 모순점을 찾는 것이다.
- ex) 상대가 자살을 옹호한다면, '왜 당장이라도 죽지 않는가?'라고 되묻는다.
상대가 서울에 사는 것은 별로라고 한다면, '왜 당장이라도 떠나지 않는가?'라고 되묻는다.
전술 16 정밀한 구별을 함으로써 미궁을 빠져나가라
- 논쟁의 사안을 이중적으로 해석가능할때 정밀한 구별을 함으로써 논점을 구체화한다.
전술 17 화제를 전환하라
- '이런 방향 전환이 문제의 테마와 관련되면 느긋하게, 사안과는 전혀 관계가 없고 상대와 관련이 된다면 뻔뻔스럽게 행하여야 한다.'
- 이 전술은 청중에게 전환되기 전 주제에 대해 내가 시인하는 인상을 주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 '논쟁에서는 이 화제 전환 전술을 부득이한 경우에만 사용하는 것이 좋다.'
전술 18 주장을 보편적인 데로 옮겨 가라
- ex) '가령, 상대가 특정한 물리학적 가설을 믿지 못하느냐고 물으면, 인간이 갖고 있는 지식의 허위성을 이야기하고 그에 대한 온갖 예를 들면 된다.'
전술 19 증거를 사취하여 결론을 내라
- 어떤 주장의 근거가 충분치 않을 때라도, 상대가 인정하면 지체없이 바로 결론을 내라.
- '이것은 근거가 될 수 없는 것을 근거로 가정함으로써 상대를 속이는 전술이다.'
전술 20 궤변에는 궤변으로 대응하라
- 상대가 궤변으로 논쟁에 임할 때, 궤변으로 상대해 이기는 것이 진리를 이용해 이기는 것보다 경제적일 수 있다.
- '여기서 중요한 것은 진리가 아니라 이기는 일이기 때문이다.'
전술 21 상대가 결론을 정해 놓고 말한다고 주장하라
- 상대의 어떤 근거를 시인하길 요구받을 때, 그를 토대로 그의 주장이 성립될 것 같다면 상대가 결론을 정해 놓고 요구한다고 하며 거절한다.
전술 22 상대가 과도한 주장을 하도록 몰고 가라
- 상대의 주장을 과도하게 이끌고 가서 그를 반박하면 원래 주장이 반박된 걸로 보인다.
- 우리는 늘 우리 주장의 경계를 명확히 제한해야 한다.
전술 23 거짓 결론들을 제시하라
- '거짓 추론과 개념의 왜곡을 통하여' 상대의 주장과 관계 없는 불합리한 주장을 이끌어내라.
전술 24 반증 사례를 제시하라
전술 25 상대의 주장을 뒤집어 대응하라
- 논쟁에 가장 효율적인 전술 중 하나는 상대의 주장을 그대로 이용해 물리치는 것이다.
- ex) 예를 들어 상대가 "그는 어린아이입니다. 우리는 그 점을 고려해야 합니다."라고 하면 우리는 다음과 같이 역공을 할 수 있다. "그가 어린아이라는 바로 그 점 때문에 그 아이가 나쁜 버릇에 길들지 않도록 따끔하게 혼을 내 주어야 합니다."
전술 26 상대가 화를 내는 논점에 집중하라
- 상대가 화를 낸다는 것은 그 논점이 우리에게 유리하다는 뜻이다.
전술 27 청중을 설득하라
- '이 전술은 주로 학자들이 학문적 지식이 없는 청중들 앞에서 논쟁할 때 사용한다.'
- '다시 말하면 말도 안 되는 반박, 그것이 말도 안 되는지는 전문가만이 알 수 있는 그런 반박을 할 수 있다.'
- '더구나 그 반박이 상대의 주장을 우스꽝스럽게 만들 경우' 더욱 효과적이다.
전술 28 권위에 호소하라
- '우리에게 적당한 권위가 없을지라도 마치 그런 권위가 있는 양 행동하고, 어떤 권위 있는 사람이 전혀 다른 의미로 말하거나 전혀 다른 맥락에서 언급했던 것을 인용해도 좋다.'
- '그런 만큼 그들은 오히려 더 열심히, 그리고 더 가차없이 그들의 생각을 옹호한다. 그들이 자신들과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을 증오하는 이유는 그가 자신들과는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도 아니고, 스스로 판단하고자 하는 오만함 때문도 아니다. 그렇다. 그들은 스스로 어떤 생각을 하지도 않거니와 속으로 이것을 의식하고 있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소수만이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이 있지만, 누구나 생각을 말하고자 한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그들이 자기 견해를 스스로 만들어 내는 대신에 다른 사람들의 견해를 받아들이는 것, 그것 말고 다른 무슨 방법이 있겠는가!
사정이 이렇다면 수억 명의 생각이 무슨 소용인가? 그와 마찬가지로 수백 명의 역사가들이 쓴 책에서 발견할 수 있는 역사적 사실도 잘 살펴보면, 그들 모두 다른 사람들의 것을 계속 그대로 베껴 내려온 것이어서, 거슬러 올라가면 결국 단 한 사람의 말로 소급된다는것을 알 수 있다. '
전술 29 정교한 반어법으로 자신의 무능력함을 선언하라
- '정교한 반어법으로 자신의 무능력함을 이렇게 선언하라. "당신이 말한 것은 나의 형편없는 지식을 능가하는군요. 나는 당신의 말을 이해할 능력이 없습니다. 어떤 판단도 할 수 없습니다."
- '이 전술은 우리가 청중들로부터 상대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명망이 있다는 것을 인정받을 경우에만 사용해야 한다. 교수 대 학생 간의 논쟁이 그 예다. 실제로 이 전술은 앞의 전술에 속하는 것으로, 근거를 대는 대신 자신의 권위를 특별히 악의적으로 써먹는 방법이다. 이에 대응하는 전술은 다음과 같다. “어떻게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당신의 탁월한 통찰력에 비추어 볼 때 그것을 이해하는 것은 누워서 떡 먹기일 것입니다. 당신이 제 말을 이해하지 못하셨다면 그건 순전히 제 설명이 부족한 탓입니다.” 이렇게 그에게 이 사안을 납득시키면 상대는 이제 원하든 원하지 않든 이 사안을 이해해야 하며, 그 전에 그가 이 사안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도 밝혀진다. 이렇게 해서 상황은 역전된다. 상대는 우리의 주장을 ‘허튼 소리’로 매도하려 하지만 우리는그의 ‘무지’를 증명해 보인 것이다. 다만 이 두 가지 모두, 사용할 때 아주 정중해야 한다.'
전술 30 상대의 주장을 증오의 범주에 넣어라
- '우리와 맞서는 상대의 주장을 증오의 범주에 넣음으로써 간단하게 물리치거나 적어도 의심스러운 것으로 만들 수 있다. 상대의 주장을 증오의 범주와 유사하게, 아니면 조금이라도 관계가 있게 만드는 것이다.'
전술 31 이론상으로는 옳지만 실제로는 거짓이라고 말하라
- 상대의 근거는 인정하면서 결론은 부정한다. 물론 이는 비논리적인 선언이다. 만약 이 주장이 참이려면 이론상으로도 옳지 않아야 한다.
전술 32 상대가 피하는 것은 상대의 약점이니 그것을 몰아붙여라
- 전술 26과 유사.
전술 33 지성에 호소하는 대신 의지에 호소하라
- ex) 어떤 성직자가 철학적 도그마를 옹호할 경우, 그 성직자의 교회가 표방하는 근본 교리와 간접적으로 배치되는 것을 지적하라
청중이 특정 단체에 속한 경우, 상대의 주장의 정당성과 무관하게 그 단체의 공동 이해에 반하는 부분을 지적하라
전술 34 의미 없는 장황설을 쏟아 내라
- 상대가 자신이 없을수록 효과적일 것이다
전술 35 상대에게 불리한 증거를 반박하면 사안을 반박한 것이다.
- 상대의 주장은 정당할지라도, 불합리한 근거를 제시하면 이를 반박하고 주장까지 반박하라
전술 36(마지막 전술) 논쟁의 최후 수단은 인신공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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