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 비평1 천상병, '귀천', 1970, 창작과 비평 귀천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 하며는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중학생 쯤이었나, 어디 벽에 붙어 있는 이 시를 보았다. 돌이켜보면 그럴 나이는 아니었던 것 같지만, 그렇게 이 시가 아름답게 느껴졌었다. 생에 처음으로 시를 읽고 감정을 느꼈던 것 같다. 그래서 시인에 대해 찾아본 후 나는 더욱 놀랐다. 천상병 시인은 1967년 동백림(동베를린) 사건으로 모질게 고문을 받아 몸과 마음 모두 많이 망가진 상태였다고 한다. 그런 와중에 '새벽빛 와닿으면 스러지는 이슬의 손을 잡고', '노을빛과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하늘이 .. 2023. 3. 31. 이전 1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