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5 쇼펜하우어, '논쟁술', 변학수 역, 경북대학교출판부, 2015 늘 읽어보고 싶었던 책인데 최근 서점을 가보니 쇼펜하우어가 유행인가 보더라. 일견 놀랐다. 특정 철학자의 책이 사람들에게 많이 읽히는 걸 본 기억이 딱히 없어서. 대충 들어보니 염세적인 면을 부각한 책들이 사람들을 위로하고 있는 건가 싶다. 개인적으론 이 부분만 읽으면 다 읽은거 아닌가 싶은 부분을 발췌해 적는다. 그러므로 유일하고 확실한 대응전술은 이미 아리스토텔레스가 “변증론”의 마지막 장에서 제시하였다. 아무나하고 논쟁을 벌이지 말고, 아는 사람과 논쟁을 하라. 결코 불합리한 것을 내세우지 않고, 만약 그렇게 했을 때 스스로 부끄러워할 만큼의 오성을 지닌 사람과만 논쟁을 하라. 그리고 명령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근거를 대고 말하는 사람과 논쟁을 하고, 근거에 귀를 기울이고 근거를 살피는 사람과 논쟁.. 2024. 1. 22. 송승환, '이화장', "너의 아름다움이 온통 글이 될까봐(문학동네시인선100기념 티저시집 )", 2017, 문학동네 '이화장' 송승환 하지만 실은 어쩌면 그러나 조금 굉장히 가까스로 가끔 그러나 그래도 그렇다면 그래 하마터면 어쩌면 그리고 짐짓 차라리 단김에 꼬박 거푸 따라서 더욱 도리어 그러나 그래도 그렇다면 슬그머니 문득 바라건대 불현듯이 시나브로 밤낮으로 온통 오직 끝까지 사뭇 아마 겨우 모처럼 실컷 아니 아예 한낱 참으로 철철이 켜켜이 통째로 툭하면 퍽 흠씬 힘껏 갑자기 흠뻑 돌연 한꺼번에 하기야 그러하다면 오로지 이대로 이로써 엉겁결에 물밀듯이 문득 여기에 십상 부디 아니나 다를까 바야흐로 보아하니 쉽사리 스스로 일시에 더욱 그런데 의외로 막상 실제로 뜻밖에 다시 역시 기어이 그렇게 이제야 너무 더디게 천천히 그러므로 도무지 멋대로 마구 모조리 틀림없이 반드시 하지만 실은 어쩌면 그러나 조금 굉장히 가까스로 .. 2023. 6. 21. 김언, '괴로운 자', "너의 아름다움이 온통 글이 될까봐(문학동네시인선100기념 티저시집 )", 2017, 문학동네 괴로운 자 우리는 사랑 때문에 괴롭다. 사랑이 없는 사람도 사랑 때문에 괴롭다. 그래서 사랑 자리에 다른 말을 집어넣어도 괴롭다. 우리는 사람 때문에 괴롭다. 우리는 사탕 때문에도 괴롭다. 한낱 사탕 때문에도 괴로울 때가 있다. 우리는 무엇이든 괴롭다. 사탕 자리에 무엇이 들어가도 우리는 괴롭다. 사람도 사랑도 모조리 괴롭다고 말할 때 우리는 말 때문에 다시 괴롭다. 우리는 말하면서 괴롭다. 말한 뒤에도 괴롭고 말하지 못해서도 괴롭다. 말하기 전부터 괴롭다. 말하려고 괴롭고 괴로우려고 다시 말한다. 우리는 말 때문에 괴롭다. 괴롭기 때문에 말한다. 괴롭기 때문에 우리가 말하고 우리에게 말한다. 누구에게 더 말할까? 괴로운 자여, 그대는 그대 때문에 괴롭다. 그대 말고 괴로운 사람이 있어도 괴롭다. 그대 .. 2023. 5. 27. 천상병, '귀천', 1970, 창작과 비평 귀천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 하며는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중학생 쯤이었나, 어디 벽에 붙어 있는 이 시를 보았다. 돌이켜보면 그럴 나이는 아니었던 것 같지만, 그렇게 이 시가 아름답게 느껴졌었다. 생에 처음으로 시를 읽고 감정을 느꼈던 것 같다. 그래서 시인에 대해 찾아본 후 나는 더욱 놀랐다. 천상병 시인은 1967년 동백림(동베를린) 사건으로 모질게 고문을 받아 몸과 마음 모두 많이 망가진 상태였다고 한다. 그런 와중에 '새벽빛 와닿으면 스러지는 이슬의 손을 잡고', '노을빛과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하늘이 .. 2023. 3. 31. 이상, '가정', 1936, 가톨릭 청년 문을암만잡아다녀도안열리는것은안에생활이모자라는까닭이다. 밤이사나운꾸지람으로나를졸른다. 나는우리집내문패앞에서여간성가신게아니다. 나는밤속에들어서서제웅처럼자꾸만감해간다. 식구야봉한창호어데라도한구석터놓아다고내가수입되어들어가야하지않나. 지붕에서리가내리고뾰족한데는침처럼월광이묻었다. 우리집이앓나보다그러고누가힘에겨운도장을찍나보다. 수명을헐어서전당잡히나보다. 나는그냥문고리에쇠사슬늘어지듯매어달렸다. 문을열려고안열리는문을열려고. 어려서부터 그 이름과 몇몇 작품은 안들어본 아해가 있을까 싶은 이상의 작품이다. 교보문고에서 주머니에 들어갈만한 책을 3권 묶어 1만원에 팔길래 사놓고 읽진 않았는데, 그 중에 이상의 작품집이 있어 최근 이동 중에 읽어보고 있다. 많은 작품을 읽어보진 않았지만, 이상 작품 중에서는 비교적 잘 읽히는 .. 2023. 3. 28. 이전 1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