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귀천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 하며는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 중학생 쯤이었나, 어디 벽에 붙어 있는 이 시를 보았다. 돌이켜보면 그럴 나이는 아니었던 것 같지만, 그렇게 이 시가 아름답게 느껴졌었다. 생에 처음으로 시를 읽고 감정을 느꼈던 것 같다.
- 그래서 시인에 대해 찾아본 후 나는 더욱 놀랐다. 천상병 시인은 1967년 동백림(동베를린) 사건으로 모질게 고문을 받아 몸과 마음 모두 많이 망가진 상태였다고 한다. 그런 와중에 '새벽빛 와닿으면 스러지는 이슬의 손을 잡고', '노을빛과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하늘이 나를 부르면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을 끝내고 아름다웠더라고 말하겠다'는 표현이라니. 단순한 아름다움을 한참 넘어서는 표현이라고 생각했었고, 지금도 그렇다.
- 정말로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즈음에, 삶에 대해 이 시처럼 느낄 수 있는 그런 인생이었다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728x90
반응형
'독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쇼펜하우어, '논쟁술', 변학수 역, 경북대학교출판부, 2015 (2) | 2024.01.22 |
---|---|
송승환, '이화장', "너의 아름다움이 온통 글이 될까봐(문학동네시인선100기념 티저시집 )", 2017, 문학동네 (0) | 2023.06.21 |
김언, '괴로운 자', "너의 아름다움이 온통 글이 될까봐(문학동네시인선100기념 티저시집 )", 2017, 문학동네 (0) | 2023.05.27 |
이상, '가정', 1936, 가톨릭 청년 (0) | 2023.03.28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