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 '가정', 1936, 가톨릭 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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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이상, '가정', 1936, 가톨릭 청년

by Arxiv 2023. 3.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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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암만잡아다녀도안열리는것은안에생활이모자라는까닭이다. 밤이사나운꾸지람으로나를졸른다. 나는우리집내문패앞에서여간성가신게아니다. 나는밤속에들어서서제웅처럼자꾸만감해간다. 식구야봉한창호어데라도한구석터놓아다고내가수입되어들어가야하지않나. 지붕에서리가내리고뾰족한데는침처럼월광이묻었다. 우리집이앓나보다그러고누가힘에겨운도장을찍나보다. 수명을헐어서전당잡히나보다. 나는그냥문고리에쇠사슬늘어지듯매어달렸다. 문을열려고안열리는문을열려고.

 

 

  • 어려서부터 그 이름과 몇몇 작품은 안들어본 아해가 있을까 싶은 이상의 작품이다. 교보문고에서 주머니에 들어갈만한 책을 3권 묶어 1만원에 팔길래 사놓고 읽진 않았는데, 그 중에 이상의 작품집이 있어 최근 이동 중에 읽어보고 있다.
  • 많은 작품을 읽어보진 않았지만, 이상 작품 중에서는 비교적 잘 읽히는 글이지 않을까 싶다. 정확한 이유는 모르지만 이 작품을 '거울' 다음 2번째 작품으로 편집한 편집자의 배려에 감사를 표한다.
  • 감사를 표한 것이 어이 없게도, 저렴한 책이라 편집에 신경을 너무나 쓰지 않은 것인지 다시 찾아보니 원래 작품에는 마지막 '문을열려고안열리는문을열려고'라는 문장이 있는데 내가 본 책에는 없었다.... 이런

 

  • 오랜만에 시를 읽으며 뚜렷한 감정을 느꼈다. '문을 아무리 열려해도 열리지 않는' 것이 '안에 생활이 모자라기 때문'이라니, '내 문패 앞에서 여간 성가신 게 아니'라니, 그래서 '그냥 문고리에 쇠사슬 늘어지듯 매어달렸' 다니. 씁쓸-한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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